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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님의 하나뿐인 운영썰

태그
Online
Interview
생성일
2021/05/14 09:04
CXCK 멤버 '한나'님의 인터뷰입니다. 운영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썰, 주니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팀장님의 코멘트까지 놓칠 구석이 하나 없는 한나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어떻게 운영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처음 입사한 곳이 리디였는데, 시작 단계에 합류하게 되어 다양한 업무를 하였습니다.
전자책 제작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SNS 마케팅, 운영, 마지막엔 CS/QA 까지.
다들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고 묻는데, 졸업하고 취업할 생각이 없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중에 '그냥' 할만 할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SNS 마케팅을 하면서도 워낙 시스템, 기기 등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운영의 업무도 많이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스타트업 초기에 각자의 직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각자의 이름인 팀이고 각각 하나의 사업체로 모두 할 줄 아는 개인 브랜딩의 최고봉인 시기니까요. )
참! 제게 운영을 맡기려던 그 순간에 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운영은 정말 잘해도 티 안나는 일이에요. 괜찮아요?" 잘하면 티가 안나고, 못하면 큰 일 나는 업무이지요.... 운영은.... (아마.. 각자 운영 잘한다고 소문내기 노하우도 하나 둘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전, 우리 팀원들 잘한다고 엄청 소문을 내고 다니고, 작은 일도 크게 만들어서 이야기합니다.. ㅎㅎㅎ)

Q. 운영 인생 중 가장 큰 사고는 무엇이었는지?

(a.k.a 제가 먼저 혼나봤습니다만..... 썰)

운영 중 실수로 유료로 판매해야하는 상품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등록을 해버렸습니다. 많이 많이 드렸습니다.
1만 여 명에게 쿨하게 포인트를 앱푸시로 쏴드렸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앱푸시는 쏘고 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못먹어도 GO! 입니다)

Q. '무엇을 모르는지 몰라서 가르쳐주지 못하겠다' 의 의미는?

(feat. 격하게 알려 주고 싶은 짬지혜)

제가 10여 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도전을 한 만큼 수많은 사고도 치고, 혼도 나고, 칭찬도 받았습니다. 다양하게 시도하다보니 에피소드나 배운 점도 많고요. 이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 요즘 입사자들은 워낙 뛰어나서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것들이 오히려 잔소리로 들릴 수 있어 경험을 나누거나 조언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신입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업무일지'를 쓰게 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신입들이 질문을 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팀장은 너무 바빠보여. 내가 질문으로 팀장님의 시간을 잡아먹을 순 없지.
연휴 다음 날 쉬고 싶은데.... 나도 이런 날 쉬어도 되는지 궁금한데...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팀장님 또 회의 들어가셨네.... 이거 언제 물어보지?
바로 윗 선배에게는 지식을 배우면 되고, 팀장에게는 지혜를 배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팀장은 신입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잘 데리고 가는 것이 그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업무일지에는 그 날 배운 점, 그리고 느낀 점을 적으라고 했습니다.
배운 점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저는 바로잡아 주었고, 느낀 점을 통해 신입 팀원에게 필요한 회사생활 꿀팁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오늘의 느낀점 피드백을 한나님이 직접 풀어주면서 생각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었고, 업무일지는 입사후 약 3~4주간 쓰게 했는데, 그 이후에 다시 열어보면 그 분이 회사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했습니다.
제게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는 업무였지만, 업무일지를 끝낸 뒤에는 늘 팀원들이 좋은 이야기 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해주어서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업무가 되었습니다.

Q.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 운영을 잘하는 사람이란?

프립에서 자부했던 것은 팀원들끼리의 갈등이 없었다. 제가 직접 실무를 하지는 않았으나, 늘 모니터링 하고 팀원들이 고민할 때 늘 같이 논의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팀원들끼리도 갈등이 없었고, 저와도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팀원과 팀장은 상하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역할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장(팀 매니저)은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사람, 팀원은 빠르게 이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 각자 역할이 다른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팀원들이 볼 때 우리 팀은 서로 참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는데, 그 이유는 제가 저 같은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ㅎ 제 맘에 드는, 저와 같은 성향의 사람을 뽑으니, 친해질 수 밖에요! ㅎㅎ 나같은 사람을 뽑자.
제가 생각하는 운영을 잘 하기 위한 역량은 1) 오지랖이 넓고 2) 소름끼치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며 3) 열 번이고, 스무 번 도전해도 낙망하지 않고 또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단지 내가 당장 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결정으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러한 의미로 '통찰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고 엉뚱하고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생각을 만들어내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소름끼치는 기억력 있으면 기억력과 더불어 기록도 잘 해두어야합니다! 고객이 요청했던 것, 다시 안내드려야하는 것, 다른팀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 이벤트, 개발중인 기능, 개발이 끝난 기능, 수정된 오류 등.... 정말 많은 정보가 오고가지만, 다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 없다면 기록해야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고객의 의견에 기반하기 때문에 많은 때에 개발 요청을 포함하여 타 부서에 요청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요청이 통과되진 않죠. 그럴 때!!! 반려당해도 다음에 또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합니다. 지쳐서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오늘 실패했다면 내일 또 도전하는 지독한 면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고 쿨- 하게 넘길 수 있어야하는 멘탈도 필요합니다.
운영을 잘 하는 이들은 질문이 다릅니다.
현상을 묻는 것이 아니라 원인 또는 기능의 정의를 묻습니다.
문제 해결 방안을 생각하기 이전에 목적을 먼저 묻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할 것임을 전제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일을 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질문합니다. (꾀돌이로 보일 수 있지만, 운영하는 꾀돌이는 운영 효율성이 높은 최고의 인재입니다)
이번에 이렇게 하면 다음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예를들면, 이 페이지에 써있는 'XXX' 는 무슨 의미인 거죠?
제가 이렇게 적용을 시켰는데, 이것은 적용이 안됩니다. 왜 그런 건가요? 이것은 이것과 다른 기능인가요?
제가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이렇게 설정을 하면 3번의 작업을 해야합니다. 이것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아니면 이것을 활용하면 한 번에 할 수 있을까요?

Q. 쭈니어들에게, 이것만 알고 가세요! 라는 팁이 있다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조금의 편견을 가지고 시작. 고객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거야~, 저사람 당연히 이 이슈 알아야지~ 라는 '당연히'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편견없이 이슈와 사람을 봐야 왜곡없이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을 정의하는 것은 곧, 그만큼 나의 그릇도 작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관대하게 보고 열어두어야 나도 그만큼 큰 그릇이 되어 담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개발실에 요청할 때, 이런 기능도 될까? 라는 생각으로 혼자 모든 일을 수동으로 처리하지 마세요! 모든 기능은 개발할 수 있습니다! 내가 1분씩 100번하는 업무들이 개발자의 손에 의해 10분만에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실무자가 무엇이 불편한지 몰라서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불편한 것이 있다면 일단 요청해보세요.
한 기획자 분께서 제게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안 되는 건 없죠."
기능이 개발되는 우선순위와 크기가 있을 뿐 안되는 것은 없습니다. 일단 내가 하는 일들이 자동화가 될 수 있지는 않은지 항상 생각해보고 물어보세요. 생각보다 개발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요청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 알고 상처받지 않으면 됩니다)

Q. 커리어 조언을 주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질문이 가장 많아요?

보통 이런 질문들이 많아요.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너 이거 잘해 라고 해도 인정을 못하는 팀원. (지나친 겸손)
그리고 작은 실수에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아지는 팀원.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할지에 대한 고민
많은 신입분들이 일을 그만둘 때, 이 일이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를 해서 저는 면접을 볼 때 늘 묻습니다. '잘하는 일을 선택하실 건가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실 건가요?' 절반 이상의 분들은 '잘하는 일'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그만둘 때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죠. 결국... 많이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 지도 알고 좋아하며 잘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이요.
그래서 저는 동료들을 볼 때 굉장히 세심하게 살피는 편입니다. 그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은 무엇일지. 청바지로 비유하자면, 팀원이 입고 있는 청바지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면, 청바지를 찢었을 때 어울릴지, 혹은 하얗게 색을 빼면 어울릴지, 잘라서 반바지로 만들면 어울릴지... 정해진 직무 내에서 그에게 어울리게 모양을 바꿔줄 수도 있고, 기회가 된다면 청바지가 아닌 청치마로 만들어주거나 다른 옷으로 갈아입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료는 거울이 없어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판단할 수 없으니, 제가 보고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만들어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 관찰하기, 그리고 칭찬해주기를 좋아하거든요.

Q. 강력한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전략

나는 돌이다. 라는 생각으로 상대방의 강한 문의를 듣습니다.
아무생각도 하지않는게 답입니다. 의사는 환자를 대할때 여자다 남자다 규정을 하지않고, 그냥 이사람은 사람이다 라고만 생각하듯이 상대방은 나를 미워하고 나에게 욕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나 특정 이벤트에 화가 난 사람이기 때문에 나 역시 상대를 감정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통화를 하는 페르소나가 있을 뿐, 그것은 진정한 '나'는 아닙니다. 업무를 한 뒤에는 다시 신나고 행복한 '나'로 살아가면 됩니다. 업무 스위치를 끄고 다시 신나게 살자!

Q, 고객상담에 철학이 있나요?

공감보다는 이해가 현실적.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이 이해는 되지만, 나도 공감을 못할 수는 있습니다. 나와 그의 생각과 철학, 의도가 다른데 어떻게 늘 공감을 강요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상담을 하는 사람은 가장 똑똑하고 동시에 가장 멍청한 사람이예요.
이유는? 멍청하다 → 처음 쓰는 사람 입장(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명이 가능해야 합니다.
똑똑하다 → 서비스를 완전히 이해해야 쉽게 풀어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시나 비유를 들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맥락과 연결이 되네요. 나의 기준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준에서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어 구사능력' - 듣는 사람의 언어로 대화 할 수 있는가? 여부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상대방이 이해하는 언어로 바꾸어 말할 수 없다면 결국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하니까요.
가끔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면, 비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해주시는 분들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개발자들의 언어와 용어로 설명해주셔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상황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 외의 제 업무 철학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된다.
인생은 제로썸.
내가 불편하면 누군가는 편하고, 내가 편하면 누군가는 불편하다.
오늘의 뇌와 내일의 뇌를 동시에 굴릴 수 있어야 한다.
실수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이 정해지는 것이다.
문득 생각나는 저 경험은... 제가 큰 사고를 치고 그 사고가 트라우마가 되어 힘들어하고 있는데... 긴장감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너무 두려웠지만, 가만히 혼자 묵혀두고 있으면 더 큰 일이 된다는 경험 때문에 두려워하며 상사에게 보고를 했는데 '이야기해줘서 잘했어요.' 라고 칭찬해주신 후에 빠르게 수습할 수 있도록 제 맘을 편하게 해주셨습니다. 이후에는 저도 후배 팀원들에게 '괜찮아요. 실수 할 수도 있지. 일단 처리하고 나서 그 다음에 생각하자. 별 일 아닙니다.' 라고 이야기해주는 선배가 되었고, 많은 분들이 이 말이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고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썼는데도 해주고 싶은 말도, 나누고 싶은 말도 너무나 많네요! 궁금한 것이나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함께 많이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